아청법 게임케릭터 까지 규제된다

 

 

 아청법 게임케릭터 까지 규제된다

 

 

▲ 논란화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 2조 (자료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아동과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 하에 발의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은 지난 3월에 시행되었으나,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있다. 이에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이 법의 애매한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의 개정안을 지난 14일에 발의했으나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되었다. 특히 아청법 내에는 '게임물'도 규제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어, 이번 결과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청법에서 가장 논란화되는 부분은 제 2조 제 5항에 명기되어 있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에는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 문제시되는 사항은 ‘인식될 수 있는’과 ‘표현물’이다. 우선 ‘인식될 수 있는’은 설사 성인이 출연해도 청소년으로 보이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법적으로 허용된 연령이나 복장, 외모 기준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즉, 위법행위를 구별하는 조항이 모호해 각 사건을 담당하는 사법기관의 해석에 의해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실사 영상은 물론 ‘표현물’도 규제 대상으로 명기되어 있어, 그 범위가 실제 음란물은 물론 게임과 만화, 소설, 영화, 음악 등 모든 문화산업은 물론 팬아트와 같은 개인 창작물까지 법망에 포함되어,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크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위의 조항은 법적으로 금지하는 행위를 명기한 제 4항과 함께 보면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다. 제 4항에는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확히 노출해서는 안 되는 신체부위나 어느 정도까지의 노출이 허용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콘텐츠 제작자와 이용자 모두 혼란에 빠져 있다. 즉, 기준 자체가 모호해 어떤 행위가 불법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워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 여기에 ‘수치심’이나 ‘혐오감’과 같은 주관적인 감정으로 처벌 대상을 가려낸다는 점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작자는 물론 이용자도 처벌 - 아청법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

 


▲ 성인이지만, 설정 상 앳된 외모를 소유한 캐릭터들
왼쪽은 '테라'의 엘린, 오른쪽은 '블레이드 앤 소울'의 린족


 

특히, 이청법의 음란물을 정의하는 내용에는 ‘게임물’이 정확하게 명기되어 있어 향후 이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기된다. 실제로 ‘테라’나 ‘블레이드 앤 소울’ 등 다수의 온라인게임에 설정은 아이가 아니지만, 외형은 아동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캐릭터들이 아청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루홀 스튜디오는 “테라는 국내에서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단순히 신체노출 때문에 음란물이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콘텐츠는 미성년과 성인을 외모 상으로 구별할 수 있으며, 인물 설정 역시 외견 상 나이와 동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게임은 현실이 아닌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비록 외모는 앳되어 보여도 설정은 성년인 캐릭터가 종종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테라’의 ‘엘린’과 ‘블레이드 앤 소울’의 ‘린족’ 역시 게임 스토리 상으로는 엄연한 ‘성인’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원래 게임은 판타지적 세계를 토대로 외모는 어려도 스토리 상 성인인 캐릭터가 많다”라며 “아직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은 실정이라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또한 게임 개발사 및 퍼블리셔는 물론 이용자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아청법 제 8조에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를 게임에 적용하면, 아청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된 캐릭터의 스크린샷이나 플레이 영상을 웹 상에 올린 일반 게이머 역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14일, 실제 아동이 출연하는 것만을 음란물로 규정하자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소위원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며 무산됐다.

 

최 의원 의원실은 “적용 대상 및 기준이 애매한 것은 물론, 국내법에 이미 음란물을 처벌하는 내용이 있어 가중처벌의 우려가 있다”라며 “앞으로도 이 문제를 주시하며 세부적인 대안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이 활동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주 소관인 법제사법위원회나 여성가족위원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